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의 역사는 좌절의 기록을 써왔다. 당장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또다시 무기연기되면서 새로운 대화 기구로 관심을 모았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출범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90년대 말 외환 위기 이후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이 들러리로 이용된 측면이 있고 이에 대한 노동계의 피해의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울러 노동시장에서 노동과 자본의 조직적 이해 대변 수준이 낮고 대표성이 약하며, 노동계급의 집단적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정치가 미성숙한 점, 사회 전반에 걸쳐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매우 취약한 점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새로운 대화 지구를 지향하는 경사노위는 여러 측면에서 과거의 노사정위와 구별된다. 일단 기구의 목적을 ‘산업 평화 도모’가 아니라 ‘양극화 해소’ 로 잡아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사회경제적 의제를 풀어가려는 의지를 보인다. 다수결에 의한 합의가 아니라 협의를 목표로 하는 점도 차이이다. 합의의 압박에서 벗어나 충실한 협의의 틀을 지향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러 업종별 위원회를 설치해 다층적 논의의 틀을 만들고, 참여주체를 확대해 개방성을 높였다. 이는 ‘노사정’이라는 표현을 걷어내고 ‘경제사회주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서도 드러난다. 박명준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은 “새로운 대화 기구로서 경사노위는 불평등 해소와 포용성장이라는 결과 측면의 포용성, 노사정의 틀에 한정되지 않고 미조직 노동자, 취약계층 등 다양한 계층이 대화체제에 참여하는 과정 측면의 포용성 등 양 측면에서 포용적인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hgy421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