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래포럼

알림마당

알림마당

보도자료

보도자료

리프킨·세넷과 모색하는 균형잡힌 세계

  시대의 담론을 한발 앞서 제시해온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이 10월23~24일 열립니다. 10회째인 올 해 주제는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입니다.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 같은 환경 위기와 불평등 심화라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 중첩된 위기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굴러가는 ‘외발자전거’ 경제 시스템, 그리고 성장을 숭배하고 승자가 모두 갖는 극단적 시장주의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은 경제, 사회, 환경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모두의 삶이 피어나는 세계를 어떻게 만들지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중첩된 위기, 우리의 선택은 23일 포럼 첫날 오전,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문 명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특별강연(영상)을 합니다. <노동의 종말>, <한계비용 제로 사회> 등을 저술한 리프킨은 기술 발달이 사회와 경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고,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제시합니다. 노동 및 도시화 연구의 대가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 경대 명예교수와 마르코 마르투치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 장도 기조 연사로 나섭니다. 국내에 번역된 <장인>, <투게더> 등으로 잘 알려진 세넷 교수는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 청중과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데, 기후변화가 도시의 삶에 어떤 정치·사회적 영향을 끼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르투치 센터장은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위기가 초래하는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룹니다. 세 연사가 제기한 이슈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주재하는 정책대담과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발제하는 오후의 특별세션에서 한층 심도 있게 논의합니다.  전환을 위한 상상력과 합의 한반도 주변 정세가 구한말을 연상케 하는 격변의 시대입니다. 오후를 여는 특별대 담에서 중국과 일본의 석학 왕후이 칭화대 교수와 신도 에이이치 쓰쿠바대 명예교수가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에 대해 논의합니다. 세계적 도시사회학자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세계화된 도시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문제를 다룹니다. 노나카 도모요 로마클럽 집행위원은 지속가능성을 경영에 접목해 실천해가는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줍니다. 둘째 날에는 한국 사회의 녹색전환, 포용금융, 도시의 공동체 경제 등을 주제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다양한 접근이 6개 세션에서 펼쳐집니다.  2019 아시아미래포럼날짜·장소 10월23~2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용산) 주최 한겨레신문사 주관·협력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환경부?등록신청 누리집 www.asiafutureforum.org  문의 아시아미래포럼 사무국(전화 02-2152-5025, 전자우편 asiafutureforum.info@gmail.com) 

“일본사회에 깔려있는 한·중 향한 질투, 한·일관계 어렵게 해”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③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두 나라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아시아의 갈등과 긴장 관계를 풀고 새로운 평화의 길을 만들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는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이달 23일 오후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라는 주제로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인문학부)와 특별대담을 한다. 신도 교수는 미국 외교, 아시아지역 통합, 국제정치경제학 전문가로 현재 국제아시아공동체학회 대표, ‘일대일로’ 일본연구센터 센터장도 맡고 있다. 포럼에선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우선 꽁꽁 얼어붙은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신도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보수정권뿐만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잠재적 질투’의 감정이 한-일 관계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신도 교수는 “일본 버블 붕괴 뒤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중국과 한국에 대한 ‘잠재적 질투’가 일본 사회에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중국의 경제 발전과 일본의 장기 침체 기간이 겹친다. ‘재팬 애즈 넘버원’(세계 제일 일본)이 끝나면서 정부, 재계, 미디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중국, 한국에 반발하는 감정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일본 사회의 세대 변화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등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일본 사회 주류가 되면서 “일본이 저지른 역사의 과오를 잊고 좁은 의미의 ‘애국주의’에 갇혀 있다”며 “종군위안부(성노예), 강제징용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는 일본을 볼 때, 아우슈비츠의 역사적 잘못을 아직도 사죄하고 있는 독일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도 교수는 “참으로 걱정스럽다. 일본이 아시아와 세계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한·일 지식인, 언론인, 정치인, 경제인이 활발히 교류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도 교수는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가 끝났고, 세계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처음 제기한 구상으로 고대 실크로드처럼 내륙과 해양에 다양한 길을 만들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신도 교수는 “일대일로는 군사적 동맹이 아닌 사회·경제적 관계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빈곤을 해소하고, 테러 가능성을 낮추며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라며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이 참여해 싱크탱크 설립 등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경제력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지난해 새로운 아시아 정책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일본도 오래전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전략 탓에 상대적으로 한-일 관계의 중요도가 약해져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미-일 동맹이 견고한 일본 사회이기에 중국의 ‘일대일로’를 지지하는 지식인은 소수다. 신도 교수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신도 교수는 1979년 ‘미국이 일본 본토 점령을 끝낸 뒤에도 오키나와에 대한 군사점령을 계속해주기를 희망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히로히토 일왕의 메시지를 발굴한 논문 ‘분할된 영토’를 잡지 <세카이>에 실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천황’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이 논문은 성역 없이 연구하는 신도 교수의 방식을 잘 보여준다. △신도 에이이치 약력1939년 일본 홋카이도 출생교토대 법학부 졸업, 쓰쿠바대 교수,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 객원교수현 쓰쿠바대 명예교수, 국제아시아공동체학회 대표, ‘일대일로’ 일본연구센터 센터장 미국 외교, 국제정치경제학, 아시아지역 통합 등 전문가주요 저서: <현대 미국 외교론―우드로 윌슨과 국제질서> <분할된 영토, 또 하나의 전후사> <동아시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까> <일대일로에서 유라시아 신세기의 길>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3337.html 

“자본주의가 낳은 ‘축출’ 현상…대도시 일부 계층이 혜택 차지”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미리 만나보는 주요 연사⑤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진보 성향의 대표적 도시사회학자다. 그가 오래도록 매달려온 핵심 주제인 세계화와 불평등이라는 두 열쇳말을 잇는 연결고리는 도시다. 이런 학문적 배경엔 남다른 개인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947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센 교수는 가족을 따라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등지의 대도시를 두루 옮겨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도시 소외계층이 처한 생생한 현실을 지켜본 경험은 훗날 도시 빈곤, 이민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원초적 관심과 강렬한 탐구욕의 자양분이 됐다. 사센 교수는 1994년 초판이 나온 <세계경제와 도시>(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를 비롯해 내놓는 저서마다 커다란 화제를 몰고 왔다. 특히 2014년에 나온 <축출 자본주의>(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에서는 ‘축출’(expulsion)이란 독특한 개념을 사용해 21세기 세계화와 도시, 불평등을 하나의 논리구조로 엮어냈다. 그는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첫날(23일) 오후 ‘왜 지구적 불평등 해소에서 출발해야 하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전자우편을 이용해 그의 최근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전 인터뷰를 했다. ―세계화가 연구 주제로서 당신에게 특별히 관심을 끌게 된 계기라도 있나? “한동안 세계화를 일종의 ‘신의 선물’인 양 말하는 경향이 강했다. ‘세계는 평평하다’거나 ‘국경 없는 세계’라거나 따위의 이야기가 난무했다. 개방된 지구촌에서 한 사회가 다른 사회와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거대 기업한테 가난하고 약한 나라를 착취할 자유를 허락하는 건 옳지 않다. 세계화의 두 얼굴, 착한 얼굴과 나쁜 얼굴을 서로 분리해보려는 게 최초의 관심사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세계화의 두 ‘양식’(mode)과 맞닥뜨리고 있다.”  ―<축출 자본주의>에서 체계적 축출(systemic expulsion)이 글로벌 근대성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축출이라는 개념이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광물자원과 수자원을 비롯해 식량산업을 장악한 다국적 기업을 봐라. 이들은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 진출해 소규모 가족 단위의 전통적 경제생활과 삶의 양식을 파괴한다. 자연과 환경, 이주 노동자 등을 체제 밖으로 배제하고 축출하는 동력이 세계경제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한다. 대신 혜택은 대도시의 일부 계층이 안락한 삶을 누리며 독차지한다. 이 모든 게 바로 현대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축출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이른바 ‘글로벌리즘’을 조롱하면서 애국주의를 세상의 ‘악’에 대한 치유제라고 치켜세웠다. 세계화 이데올로기는 점차 약화되는 건가?  “아주 오래전에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업체들이 있었다. 미국과 서구 나라들이 ‘세계화’(globalize)에 나선 1980년대 이후 나타난 차이점이라면 일종의 공격적이고 축출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우리가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해 구매하는 거의 모든 물건에까지 그 성격이 확대됐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가 새로운 유형의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건 다소 미심쩍다. 어떤 나라도 외국 공급자들한테 의존하는 기본적 필수품에 접근할 수 없다면 살기 힘들지 않나.”  ―한편으론 극단적 포퓰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후위기 같은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구촌의 협력이 필요한 때다. 세계시민으로서 어떤 행동이 필요하다고 보나?  “더 많은 젊은이가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과 달리, 기업들은 아직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장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테니까.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정말 큰 도전이 될 거다. 하지만 난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해내리라 믿는다. 다른 방식으로 건물을 세우고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자.”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대도시가 기회와 다양성의 공간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대도시 안에서도 격차가 점차 확대된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불평등은 모든 선진국이 예외 없이 겪는 상황이다. 경제발전은 주요 도시 인구의 대략 20~30% 손에 권력과 부를 집중시켰다. 불평등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중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는 현상도 이 문제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건 일부 고소득 계층이다. 이들의 지출 능력은 나머지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크다. 도시의 전체 모습을 왜곡하는 주된 요인이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사스키아 사센 약력 1947년 네덜란드에서 출생.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성장노터데임대 사회학 석·박사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현 컬럼비아대 사회학 석좌교수 주요 저서: <노동과 자본의 모빌리티> <글로벌 시티: 뉴욕·런던·도쿄> <세계경제와 도시> <축출 자본주의> 등 다수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3704.html 

툰베리의 한국 친구들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을”

[2019 아시아미래포럼] 김민 빅웨이브 대표특별발언기후변화 청년모임 이끌며9월21일 기후파업에 동참“미래 위협받는데 기다리라?지금 당장 행동해야” 목소리청소년기후소송단 등 청소년들이 5월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524청소년기후행동’ 집회를 열어 기후변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대적인 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9월 말 유엔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마이크 앞에 선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표정은 어두웠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어른들을 질책한 툰베리의 삶은 그의 말만큼 단호했다. 육식을 포기했고,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도 스웨덴에서 미국 뉴욕까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배를 타고 이동했다. 2주가 넘게 걸린 여정이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 어느 아침, 학교가 아닌 스웨덴 국회로 향했다. 의사당 앞에서 2주 뒤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기후위기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또 스웨덴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금요일마다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시작됐다. 툰베리의 파격적 행동과 발언의 울림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툰베리와 뜻을 같이하는 세계 130여개국의 미래세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학교파업에 동참했다. 한국도 함께했다. 지난 9월21일 전국 시민사회단체 330여개로 구성된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기후파업’을 했다. 무려 5천여명이 파업에 참여해 길거리에 눕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의 대표 김민씨는 “기후위기로 미래를 위협받는데 직장이나 학교에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봐야 의미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미래에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툰베리가 일으킨 파도는 아시아미래포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미래세대를 대표해 기후변화 청년모임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가 23일 특별발언 시간에 연단에 선다. 김씨는 정치인, 기업인, 학자의 옷을 입은 기성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미래 위해 당장 행동하라’라는 주제로 연설한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unjae.sh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34.html 

“100% 재생전력으로 맥주 생산 목표…지속가능성이 우리 정체성”

[2019 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경영 인터뷰/ 오비맥주 니콜라스 잉겔스 부사장오비 거느린 최대 맥주회사 AB인베브‘100 플러스’ 지속가능경영 목표 수립2025년 ‘100% 재생에너지’ 목표이천·청주·광주 공장에도 태양광 패널한국 풍력·태양광 등 잠재력 풍부기업이 전력구매계약 가능해져야니콜라스 잉겔스 오비맥주 부사장은 지속가능성이 기업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앤하이저-부시(AB) 인베브(이하 에이비인베브)는 세계 최대 맥주회사다. 세계에서 팔리는 맥주 3병 중 1병은 에이비인베브가 생산한다. 버드와이저, 호가든, 스텔라, 코로나 등 수백개의 맥주 브랜드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카스를 생산하는 오비맥주가 자회사이다.맥주는 제조 과정에서 많은 물과 곡물, 포장재, 에너지를 사용한다. 에이비인베브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보전과 에너지 절감에 노력하는 맥주회사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에이비인베브는 2025년을 달성 연도로 한 ‘100 플러스’라는 지속가능 경영 목표를 세웠다. 수자원 관리, 재활용 패키지, 스마트 농업, 기후변화 대응 등 영역별로 달성할 목표와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목표 수립에 머물지 않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기법을 적용했다. 바로 ‘100 플러스 액셀러레이터’라 이름 붙인, 환경을 보전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적·시스템적 솔루션을 가진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다. 물을 절약하거나 포장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해 6개월 동안 최대 10만달러를 지원하고 전문가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협력업체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에이비인베브의 전세계 공장에서 기술적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고, 성공하면 에이비인베브의 투자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 치러진 첫 공모에서 21개 스타트업이 협력업체로 선정됐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에이비인베브의 목표는 2025년까지 공장과 사무실에서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 전기로 조달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회사의 탄소 배출을 25%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이미 버드와이저를 만드는 전력은 풍력, 태양광 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로 조달된다. 이렇게 생산한 캔맥주와 병맥주에는 ‘100% 재생전력’이라는 문구가 붙는다. 한국에서도 이에 맞춰 친환경 설비를 갖춰가고 있다. 2021년까지 이천, 청주, 광주 등 3곳의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오비맥주 구매담당 중역인 니콜라스 잉겔스 부사장을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대로 아셈타워 본사에서 만났다. 벨기에 출신인 잉겔스 부사장은 외국인인데도 한국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모임과 세미나에 참석해 화석연료 전기에서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 전기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11월 국내기업의 ‘RE 100’(RE 100: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고 이행하는 국제적인 민간 캠페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꾸려진 ‘재생에너지 선택권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가로막는 전력 구매 제도 개선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약속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나? “에이비인베브는 ‘RE 100’에 2017년 가입했다. 가입 당시 글로벌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이 7%였는데 올해 말에는 6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보통은 필요한 에너지의 7~15%밖에 조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이나 멕시코는 진행이 빨라 이미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은 국가도 있다.” ―한국 사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하고 있나?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는 4가지 정도 방법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자체 발전설비를 갖추는 것 빼고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장기계약을 맺는 기업전력구매계약(PPA)이 가능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한 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빠르게 늘려갈 수 있다. 기업의 수요가 선순환을 가져와 시장을 크게 바꾸는 원리다. 이를 위해 전력 사업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가장 시급하다. 오비맥주는 한국에서 이런 틀을 갖춰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탄소공개프로젝트(CDP) 같은 엔지오(NGO), 다른 한국 기업과 협력해 정책 입안과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니콜라스 잉겔스 오비맥주 부사장 (오른쪽)―한국은 땅이 좁아서 재생에너지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이 재생에너지에 경쟁력이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은 반도여서 삼면이 바다다. (그만큼 해상풍력 잠재력도 있다.) 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새로운 방식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이든 해결책은 확실히 나온다. 이는 도전을 끌어들일 때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이 큰 규모로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풍력발전만 해도 초기보다 비용이 거의 90% 떨어졌다.” ―기후변화와 에이비인베브의 사업은 어떤 연관이 있나? “맥주회사의 사업과 기후변화의 관계는 밀접하다. 물과 곡물은 맥주를 만드는 핵심 원료이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생산할수록 맥주가 더 신선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충실히 대응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어느 기업이나 나름대로 자신을 더 견고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기후변화를 그런 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면 기업, 정부,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은 소비재 생산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인가?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는 우리의 출발점이 아니었다. 오히려 결과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지속해서 변화를 끌어내는 기업은 항상 핵심 비전과 목표의 주변에서 움직이며 핵심 역량을 발휘한다. 그런 점에서 에이비인베브는 지속가능성을 우리의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우리가 ‘100 플러스’라 이름 지은 것도 100년 넘어 오래가는 회사의 기초를 세우자는 취지다. 이런 자세가 우리가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자 우리의 정체성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31.html 

‘지구를 생각하는 제품’이 기업 경쟁력 키운다

[2019 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한 경영은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가?기조강연: 노나카 도모요위기 빠진 ‘산요’ CEO 맡아‘싱크 가이아’ 비전 내걸고물 사용량 확 줄인 세탁기 개발매각 뒤에도 ‘대표상품’ 위력노나가 도모요 로마클럽 집행위원이자 일본 비영리법인 가이아이니셔티브 대표가 태양광 랜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도의 한 마을을 방문했다. 태양광 랜턴 프로젝트는 전기가 없는 곳에 태양광 패널과 랜턴 등을 설치해 자연 에너지 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가이아이니셔티브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다. 가이아이니셔티브 제공 제10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마지막 기조강연을 맡은 노나카 도모요 로마클럽 집행위원이자 일본 비영리법인 가이아이니셔티브 대표 (사진 왼쪽 흰옷 입은 이)는 ‘지속가능한 경영은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가?’를 주제로 청중 앞에 선다. 그는 지금 우리가 ‘기후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사고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나카 위원은 일본 전자업체 산요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지속가능한 경영전략을 세워 추진했던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2005년 산요의 경영을 맡은 뒤 ‘싱크 가이아’(지구를 생각하다)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크게 △환경 △에너지 △생활문화의 범주로 제품군과 생산라인을 정비했다. 이에 따라 산요는 최대 천 번을 충전할 수 있는 ‘에네루프’(에너지와 순환을 의미하는 루프의 합성어) 전지, 물 사용량을 200리터에서 8리터로 줄이는 세탁기 ‘아쿠아’ 등을 개발해 출시했다.  당시 산요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부채가 1조2천억엔에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2004년 니가타현을 강타한 6.6 규모의 주에쓰 지진은 산요의 최대 반도체공장에 큰 피해를 입혔다.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제품의 수요가 위축되며 가격이 하락하고, 중국산 저가품과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게다가 2000~2003년 사이에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지며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침몰 위기에 빠진 산요를 구하기 위해 노나카 위원은 핵심 산업만 남기는 대대적 구조조정과 ‘지속가능성’을 새로운 근간으로 삼았다. 그는 당시 한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지구와 풍요로운 삶을 위해 산요가 가진 독자적 기술들의 우선순위를 재배치”했다며 “이는 단순한 녹색 경영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속가능성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였다. 노나카 위원의 도전은 성공했을까. 그는 만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단기 수익이 확보되지 않아 성난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친 것이다. 경영난을 겪던 산요는 2011년 가전 부문이 중국 기업 하이얼에 매각되었고, 결국 2013년에 해체되었다. 그러나 노나카 위원의 ‘싱크 가이아’ 전략 아래 탄생한 ‘아쿠아’ 가전 라인은 현재 하이얼의 대표 상품군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노나카 위원은 청중에게 ‘무엇을 위한 비즈니스인가?’를 질문한다. 그는 경영인은 물론 투자자, 정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관행의 변화를 촉구하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의 미래를 논할 예정이다. △노나카 도모요 1954년 일본 도쿄도 출신 조치대 졸업 1980~90년대 엔에이치케이(NHK) 메인 앵커 2005~2007년 산요전기 최고경영자 현 일본 비영리법인 가이아이니셔티브 대표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30.html 

주주 이익만 좇던 자본주의, ‘다양한 대안적 가치’에 눈돌리다

[2019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떠오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주주자본주의 ‘석양’ 속으로기업들 ‘이윤 극대화’ 내달렸지만그 끝은 극심한 불평등· 기후위기사회·환경 중시하는 경영 부상아마존·애플 등 CEO들 “포용적 성장”영국 노동당 ‘양극화 해소 기금’ 추진공유가치창출·사회적경제 등 봇물미국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멤버들. 앞줄 왼쪽부터 액센추어 노스아메리카의 줄리 스위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애플의 팀 쿡,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스의 로버트 스미스, 뒷줄 왼쪽부터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제너럴모터스의 메리 배라, 블랙록의 래리 핑크. <뉴욕 타임스> 누리집영어로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는 12세기 프랑스어 ‘콩파니’(Compagnie)에서 나왔다. 사회·우정·친밀함·군대 등을 뜻하는 말이다. 어원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콤파니오’(Companio)에 닿는다.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말로 하면 ‘식구’다. ‘기업가’(Entrepreneur) 역시 ‘사회와 더불어 주고받는 사람’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역이나 상업을 뜻하는 ‘상거래’(commerce)도 ‘사회적 유대’와 동의어였다.이는 기업, 기업가, 상업 모두 그 출발은 공동체적인 존재와 활동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오래된 의미는 지금 보면 외계어를 대하는 듯 낯설다. 지난 수십년 동안 경영대학원(MBA) 강의실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이윤을 극대화하고, 그를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가르쳤다. ‘주주자본주의’라 이르는 이런 주장은 어설퍼 보여도 든든한 후원자들을 갖고 있다. 1970년대 과감히 이런 주장을 들고나온 시카고 경제학파의 태두 밀턴 프리드먼, 그리고 현장에서 이런 원리를 가차 없이 적용해 경영자의 우상이 된 된 잭 웰치 전 지이(GE) 회장 등이 그들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한 프리드먼은 1962년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기업에 “사회적 책무”란 없으며, 오직 있다면 주주에 대한 책무만 있다고 주장했다. 1970년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썼다. 물론 프리드먼이 그리 단순하게만 말한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정부가 할 일을 고민하는 대신 이윤 창출에 집중하면 일단 망해서 사회에 폐 끼칠 일이 없고, 고용과 납세로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게 된다는 뜻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주주를 숭상하는 과감한 주장이 경제·사회적 행동양식을 바꾸어 나가면서 드러나는 결과는 프리드먼의 기대와 많이 달랐다. 분기마다 이뤄지는 실적 발표, 주가와 직접 연계된 경영자 보상 시스템은 회사의 중역과 이사가 특정한 인센티브, 즉 물불 안 가리는 이윤 증대를 선택하도록 했다. 과도한 감원, 비정규직 확대, 자산 매각, 입찰 담합, 협력업체 쥐어짜기,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등이 그런 것들이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면서 유해성을 감췄고, 디젤차의 배출가스 검사 결과를 조작했으며, 포장재를 남용해 바다를 플라스틱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다. 기업이 이익만을 위해 많은 것을 외면한 결과는 △주기적인 경제·금융 위기 △심화하는 불평등 △턱밑을 파고드는 기후위기였다. 기업의 수익 가운데 노동자 몫은 줄고 경영자 몫은 커졌다. 이런 주주자본주의는 이제 ‘석양’을 맞고 있다. 그 징표 중 하나가 유수한 경영자들이 오래된 ‘도그마’를 폐기하고 기업의 사명을 재정의한 것이다. 주요 미국 대기업을 대표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이하 비아르티)은 지난 8월 말 ‘포용적 번영’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명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서 경영자들은 기업은 주주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번영을 극대화하는 게 사명이라고 재정의했다. 즉 고객에게 가치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몫을 보상하고 교육에 투자하며, 납품·협력업체는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을 존중하고,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한 행위를 함으로써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게 성명의 내용이었다. 성명서에는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 181명이 서명했는데, 제이피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지엠(GM)의 메리 배라, 보잉의 데니스 뮬런버그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환영한 것은 물론 아니다. 기관투자가협의회는 “모두에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사회적 목적을 규정하고 대응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라 경고했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는 “그들이 진지하다면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하고, 부자가 제대로 된 세금을 내자고 말해야 한다”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1970년대 이후 금융은 세계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이익을 찾아나섰다.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는 ‘헐값 매각’ ‘국부 유출’ 등 다양한 논란을 낳았다. 2012년 5월 참여연대 회원들이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부당이득 환수 추진을 위한 주주 모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그런데도 비아르티의 기업 사명 재정의는 어떤 것이 성공하는 기업인가에 관한 생각이 적잖게 변했음을 보여준다. 불평등과 기후변화라는 양대 위기 앞에서 기업이 경제적 책무와 사회적 책무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은 많은 공감을 받아왔다. 하버드대 기업사학자 낸시 케인은 “경영자들은 시대정신에 반응하는 것”이라며 “예전 그대로의 비즈니스가 더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압박과 법적 규제 움직임도 생각 변화의 촉진제가 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반세계화 정서가 번지고, 분노의 지향점이 어딘지 모를 포퓰리즘과 극적인 변화를 바라는 정서가 번지고 있다. 9월7일치 <파이낸셜 타임스>를 보면, 2017년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의 44%가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밝혀 놀라움을 주었다. 이런 정서를 등에 업고 기업과 금융을 규제하려는 대표적 움직임이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책임 있는 자본주의 법’이다. 이 법은 연간 매출이 1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이사들 가운데 40%를 노동자가 선출하고, 정치자금 기부와 같은 정치 지출 결정을 하려면 이사와 주주 4분의 3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경영진과 이사의 스톡옵션은 받은 뒤 5년 안에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노동당은 지난해 9월 상장기업이 10년간 점진적으로 10%까지 주식을 출연해 기금을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배당금을 노동자에게 분배하거나 양극화 해소에 쓰는 ‘포괄적 소유기금’(Inclusive Ownership Fund)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비록 주주자본주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성명서 하나가 기업을 확 변화시키리라는 기대는 순진하다. 주주를 정점에 둔, 지난 50년 가까이 지속돼온 체제는 다양한 요소가 촘촘히 얽혀 돌아가는 경제·사회적 레짐(가치, 규범, 규칙의 총합)이었다. 이는 1970년대 초반, 전후 브레턴우즈체제가 무너지고 규제가 풀린 금융이 세계를 넘나들며 제조업을 지배하기 시작한 시대의 요구였다. 금융자본주의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한 신조이자 시스템이었다. 실물을 다루는 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은행 중심의 금융은 인내 자본 역할을 하던 앞 시기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새 체제도 여러 경영실험과 법적·규범적 뒷받침이 있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책임 있는 자본주의를 강조해온 미국 변호사 마틴 립턴 등이 최근 내놓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지속가능한 장기투자와 성장을 위한 기업과 투자자의 파트너십’이란 이름의 제안은 기업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기금 같은 금융투자의 새로운 행동모델을 제시하려 한다. 기업과 주식 투자자들이 단기 실적주의의 유혹을 끊어내고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행동원칙을 정리했다. 여기에 더해 주주자본주의의 태양이 중천에 떠 있을 때부터 태동한 다양한 대안적 흐름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기업의 본업과 연계해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시도, 영리성과 사회적 책무를 함께 중시하는 베니핏 코퍼레이션(비코프) 실험, 그리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 흐름도 있다. 에스케이(SK)의 ‘더블버텀’ 라인처럼 기업이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움직임도 눈여겨볼 변화다. 경영 사상가 필립 코틀러는 ‘올바른 행동’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번영의 필수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와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생태계를 따뜻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것은 위기의 시대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됐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8.html 

‘금융의 포용성’ 어떻게 넓혀 나갈까

[2019 아시아미래포럼] 포용사회로 가는 길, 금융 다시보기둘째날 세션4경제 주체들의 미래 기회 열어갈포용적 금융의 중요성 재확인사회적 금융의 현주소 짚어보고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찾는다2017년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들이 ‘금융 포용성’을 강조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연합뉴스‘아무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No one left behind)2015년 유엔총회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 의제이자 ‘포용적 금융’의 목표와 가치를 함축하는 말이다. 주요 20개국(G20)은 2017년 ‘금융 포용 액션플랜’을 마련한 데 이어 그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정상회의의 정상선언문을 통해 빈곤 해소, 일자리 창출, 양성평등을 위해 금융 포용성이 중요하다고 확인했다. 문재인 정부도 포용적 금융을 핵심 금융정책 기조로 삼아, 2018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일반 금융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사회적 금융은 사회문제를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곳에 자금을 융통한다. 그럼 주류 금융도 수익성을 넘어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도록 할 수 있을까? 사회적 금융이 잔여적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일반 금융까지 포용적 금융으로 이행하는 데 마중물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인 24일 오후엔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신용보증기금,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이 함께 ‘포용사회로 가는 길, 금융 다시보기’라는 주제로 금융의 이런 변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1부에선 사회적 금융의 신용평가 모형과 시스템이 어디쯤 와 있는지 살펴보고, 2부에선 기존 금융의 편견과 불평등 극복이란 근본적인 숙제에 도전한다.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위해 평가모형뿐 아니라 자금 조성과 운용 및 회수 전략을 짚을 예정이다. 그는 “사회적 금융은 담보나 신용평가 중심의 ‘거래 금융’과 비재무적 정보에 근거한 ‘관계 금융’을 병행한다”고 말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의 이행을 위해 한국사회혁신금융과 함께 올해 금융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금융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조경식 신용보증기금 이사는 평가의 경험이 없는 일반 금융회사도 사회적 가치를 평가·관리할 수 있는 범용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지를 소개한다. 한국 최초의 민간 주도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김정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기금사업실장은 사회적 금융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매기금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과제가 무엇인지 발표한다. 걸음마 단계이긴 해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2부에서 김용기 포용금융연구회장은 주류 금융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협동조합, 지역사회 지원을 주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 조성방안을 제안한다. 그는 “지금의 금융시스템이 한국 경제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주류 금융이 제조업 등 산업 분야에서 하는 역할을 사회연대를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방식으로 수행할 필요와 가능성을 따져본다. 김경화 블룸버그통신사 홍콩 특파원은 현재 아시아 이에스지(ESG) 투자의 현주소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에스지 투자’란 기업의 재무 지표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투자방식을 뜻한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에스지 투자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이라는 떠오르는 투자 기회를 살펴볼 것을 강조한다. 전체 논의를 이끌어갈 송경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기회를 성취할 수 있도록 금융의 포용성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7.html

도시의 공동체 경제 어떻게 만들까

[2019 아시아미래포럼]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공동체 경제둘째날 세션 3지역 주민 내쫓는 개발과 투자공동체 경제·문화로 상생 모색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업과골목상권 활성화 방안 등 논의지역 공동체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어떻게 가꿀지가 여러 도시의 과제이다.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 텃밭. 은평구청 제공‘임대’라고 쓰인 전단이 길거리에 어지럽게 나뒹군다. 한때 젊은이들로 북적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던 경리단길, 가로수길은 이제 쓸쓸한 거리가 됐다. 비싼 임대료에 밀려난 세입자도, 가게를 비워두게 된 건물주도 함께 실패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주민들도 떠나면서 도시는 쇠락했다. 이런 ‘젠트리피케이션’은 이곳만의 문제라기보다 전국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이다. 도시문제가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해 유엔도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정하면서 열한번째로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를 포함했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째날인 24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도시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세션이 마련된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함께하는 이 세션은 개발과 투자라는 익숙한 해법보다는 지역 공동체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이 주제이다. 지역 주민이 내쫓기지 않고 머무르면서 직접 도시 발전을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발제와 토론에서 강조될 예정이다.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도시계획학 석좌교수는 “성장하면 모두가 풍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지식과 기술의 발전은 평범한 사람들을 그들의 삶으로부터 내쫓았다”고 말한다. 사센은 저서 <축출 자본주의>에서 실업, 빈곤, 자살, 실향, 추방, 수감 등의 사례를 들며 “현상은 달라 보이지만 배제되고 궁핍해진다는 방향성은 모두 같다”며 “쫓겨난 것, 완전히 퇴출당한 상태”라고 표현한다.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도 이런 축출의 한 향상이란 것이다. 정건화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교수는 지역에서 공동체 경제를 만듦으로써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식량, 주택, 교통, 환경, 일자리 등이 도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조건”이라며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우리의 일상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공유경제, 지역화폐 등 공동체 경제가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공공디벨로퍼의 역할’을 소개할 예정이다. 변 사장은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은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의 마을 살리기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내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할 수 있는 도시재생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쳐 보인다. ‘골목길 경제학자’로 알려진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도시재생을 위한 ‘골목상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모종린 교수는 저서 <골목길 자본론>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통해 임대인도, 임차인도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세션에서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자영업자 등 작은 상점들을 끌어들이는 데 중심역할을 하는 핵심 점포)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지역의 상생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토론자로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서철모 화성시장,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지역에서 실행한 정책 사례와 향후 방향을 소개한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실험을 소개하며, 마을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대안을 공유한다. 좌장은 서울연구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도시재생 뉴딜 정책에 관심을 가져온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아 논의를 끌어간다.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yeb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6.html 

무한경쟁 ‘플랫폼 노동자’ 보호 어떻게

[2019 아시아미래포럼]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보호제도의 진화둘째날 세션 5전세계 1억명 이상 일하지만사회적 보호·복지 ‘사각지대’우버·배달 노동자들 대책 촉구“유럽은 운영자에 의무 부과 추진”노동절인 5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는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음식을 배달시키고, 여행을 위해 숙소 예약을 하고, 택시를 탈 때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앱을 활용한 공유경제나 플랫폼 기업도 승차, 숙박, 가사, 배달, 간병, 이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다. 인터넷으로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산업은 접근성, 편리성, 저렴한 가격 등의 장점으로 전세계적 확대 추세에 있다. 한국만 봐도 성장에 가속이 붙은 상태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보면, 배달 앱을 통한 거래액(모바일쇼핑, 음식서비스 항목)은 2017년 2조3543억원에서 지난해 4조7799억원으로 1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플랫폼 경제의 눈부신 성장 뒤에 기존 제도로 품을 수 없는 노동 형태가 생겨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감으로 경쟁하고, 노동자는 어디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와 사회복지 혜택에서 벗어나 있다. 진입 장벽이 낮아 플랫폼 노동자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무한경쟁으로 수입은 적고, 위험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최대 54만여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계은행은 2020년에 전세계 플랫폼 노동자가 1억1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견디다 못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저항도 일어나고 있다. 세계 곳곳의 우버 기사들은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우버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일에 우버 앱, 또 다른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의 앱을 끄는 항의시위를 했다. 국내에서도 노동절인 올해 5월1일 앱으로 일감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모여 노동조합(라이더유니온) 결성식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7일에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위험을 떠안고 일하는 라이더들의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며 터무니없이 높은 보험료 인하 같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플랫폼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인 24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함께하는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확산과 사회적 보호제도의 진화’ 세션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와 사회보장제도 적용 방안이 논의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플랫폼 경제시대의 사회보장제도’라는 발제문에서 “임금·노동 조건의 하향화 압력, 고용 불안, 차별, 사회적 고립, 장시간 노동, 법적 지위의 모호성 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의 경우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 교육훈련의 의무를 플랫폼 운영자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단체협상과 단체행동의 권리 부여, 사회보험 적용을 위해 보험료를 누가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 세션에서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이 좌장을 맡고 스테인 브루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이코노미스트가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 사이 회색지대에 대한 노동시장 규제’에 대한 내용을, 엔초 베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교수가 ‘디지털 사회보장’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토론자로는 이성종 플랫폼노동연대 대표,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나선다.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4.html

격차 해소 위한 ‘확장적 복지’ 방안 모색

[2019 아시아미래포럼] 격차사회와 포용국가둘째날 세션 2아직 뿌리 못 내린 포용국가 정책소득분배 악화·부문별 격차 여전세원 발굴· 재정확충 공론 모으고영국· 일본의 실태와 정책 살펴봐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인구 5천만명 이상-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이상)에 가입한 나라지만, 소득·교육·지역·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격차가 확대돼 국민의 행복 수준은 국가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 사회는 과연 격차 문제 해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 포이동 구룡마을 뒤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한겨레> 자료사진한국은 201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734달러(한국은행 2019년 6월 기준연도 개편 통계)로 3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로써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인구 5천만명 이상-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이상)에 들어선 국가가 됐다. 앞서 30-50클럽에 진입한 여섯 나라인 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는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자, 주요7개국(G7) 멤버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가운데 선진국 진입 지표의 하나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은, 한국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하지만 ‘삶의 질’을 보여주는 다른 지표들은 한국 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준다. 노인자살률과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가운데 최고이고, 양극화 심화와 청년실업 속에 사회적 위화감이 확대되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공공부문 비정규직 축소 등이 진행되고 있다지만, 불평등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 격차 또한 심해지고 있다.아시아미래포럼 이틀째인 24일 오전에 열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주관 ‘격차사회와 포용국가’ 세션에서는 이런 한국 사회 격차 문제의 현황과 해소 방안을 논의한다. 김태완 보사연 연구위원이 ‘한국의 격차실태와 포용복지’를 주제로 발제하고, 로버트 페이지 영국 버밍엄대 사회정책학 교수와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박사가 각각 영국의 사회 격차 현황과 국제적 추세, 일본의 사회 격차 해소 방안 등을 소개한다. 김 연구위원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포용’이 얼마나 현실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짚는다. 안타깝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아직 없다. 올해 다소 둔화했다지만, 소득분배는 지난해 더욱 악화했고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사이 격차 또한 여전하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 소득분위별 사교육비 격차가 늘면서 계층사다리의 붕괴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국민 행복 수준은 여전히 국가 수준(경제력 기준 세계 11~12위)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해결책은 자명하다. 확장적 복지가 첫손에 꼽힌다. 국민연금 개혁과 기초보장제도 보장성 강화, 공공형 일자리 확대를 통한 노인빈곤 해소가 시급하고, 청년·여성·이주노동자 등 배제계층의 노동시장 접근성 개선도 주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다. 이와 함께 △지역 △노동시장 △교육 △남녀 등 부문별로 적극적인 격차 해소 정책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김 연구위원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 강화와 더불어 수도권 주요 대학의 지방이전 독려와 재정지원이,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와 더불어 기업별 복지에서 국가 복지로의 점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확장적 복지와 부문별 격차 해소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새로운 세원 발굴, 그리고 누진세 및 보유세 강화 등을 통한 재정 확충이 필수지만, 한국적 정치 현실에서 공론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로버트 페이지 교수는 영국 재정연구소(IFS)의 ‘21세기의 불평등’ 보고서 등을 인용해 1970년대에 3%였던 상위 1% 가구의 소득 점유율이 8%까지 올라가고, 최고경영자 평균 급여는 20년 전보다 3배 늘어, 노동자 평균의 145배에 이르는 등 영국의 격차 확대 양상을 소개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보진영에서는 소득재분배와 부유세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유권자들의 지지 확보는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임도 강조할 예정이다. 김명중 박사는 흔히 ‘20년 뒤 한국의 모습’으로 얘기되는 일본의 격차 문제를 소개한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며 일본의 실업률과 빈곤율이 낮아졌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경제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에게도 건강보험과 복지연금보험 가입 문호를 확대하는 등 격차 축소에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재분배 정책도 세대 간 조정에 편향돼 있어 새로운 빈곤과 소득불균형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김 박사의 시각이다. 토론자로는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와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김문길 보사연 연구위원 등이 나서며, 조흥식 보사연 원장이 좌장을 맡는다. 이순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hyu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5.html 

소소한 실험을 거대한 전환점으로

[2019 아시아미래포럼] 전환도시 서울, 시민의 실험둘째날 세션 6부동산 장벽 넘어선 ‘공유 공간’쓰레기 관찰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작은 실천과 도전 정신이 만든198개 참신한 시민 발상 나누기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에서는 ‘미래세대를 오늘의 시민으로’ 만드는 청소년의회가 구성돼 있다. 꿈지락네트워크 제공올해 아시아미래포럼 둘째 날인 24일엔 ‘전환도시 서울, 시민의 실험’이란 제목의 포럼이 열린다. 서울연구원이 주관하는 이 세션은 서울의 모습을 바꿔나가는 시민들의 도전과 실험의 기록을 널리 공유하는 자리다. 서울 시민이 직접 써내려간 ‘전환 리포트’라 할 만하다.‘전환’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범도시인 서울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커다란 가치를 부여한 주제어이다. 지난해엔 시민이 앞장서는 대의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면, 올해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의 전환적 실험과 도전 현장의 사례를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체인저 19인과 시민연구위원 6명이 힘을 합쳐 실험사례 발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전환이란 이름에 걸맞은 사례 198개가 모였다. 이들 현장 사례를 하나로 연결하는 다섯 개의 열쇳말은 △당사자성 △혁신성 △지역성 △협력 네트워크 △일상의 변화 등이다.  포럼 현장에선 대표적인 전환 사례 4개가 소개된다. 박영민 해빗투게더 협동조합 이사가 발표할 지역 자산화 실험은 관심을 끌 만하다. 서울 마포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우리동네나무그늘협동조합,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등 세 곳은 똑같은 문제에 맞닥뜨렸다. 끝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이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으로 앞길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왔던 모든 활동과 실험, 실천과 도전은 부동산 앞에서 멈춰 섰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해법은 없는 걸까? 이들은 힘을 합쳐 공간을 마련하는 길을 찾았다. 복합예술 공간과 공동사무실,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두루 갖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지역 자산화란 지역 주민이 공간을 공동 소유하면서 장기적이고 자율적인 사용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으로도 불리는 지역 자산화가 과연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다.  ‘청소년의회’ 활동의 의미를 전해줄 인권을찾았당 사례도 무척 흥미롭다. 현재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청소년의회가 구성된 곳은 11개에 이른다. 특히 금천구는 청소년의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지자체 최초로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해 의회를 꾸렸다. 역시 지자체 최초인 청소년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설치돼 구청의 청소년 관련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지난 7월엔 20명으로 구성된 제4대 의회가 구성됐다. 금천구 청소년의회에서 활동 중인 인권을찾았당은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 인권이 왜 중요한지, 작은 실험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일깨워준다. 양천구 목2동의 난장이마을은 흔히 ‘모기동’으로 불린다. 공식 행정 지명은 아니고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는 예술의 경계를 짓지 않고 지역 의제, 생활사, 사건, 대화, 수다 등을 고루 어루만지면서 예술로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벌인다. 삶과 장소에서 일과 놀이를 굳이 구분 짓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들은 자신의 활동에 도시의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실험적 실천이라는 그럴듯한 가치를 부여한다. 쓰레기덕후의 가상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도 눈길을 붙들어 매기에 충분하다. 서울 시민 한 사람이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는 약 0.94㎏. 1년이면 어림잡아 350㎏에 육박한다. 평범한 청년들 몇명이 어느 날 재미있는 실험을 해봤다. 각자의 쓰레기 관찰기를 작성하기로 한 것.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겼다. 이른바 ‘쓱싹쓱싹!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일상의 작은 실천은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매장 내 일회 용기를 규제하자는 ‘플라스틱 어택’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결국 온라인 쓰레기 덕질로 발전했다. 소소한 일상의 현장이 거대한 전환의 발화점이 될 수 있음을 이보다 더 생생하게 증명해줄 수 있을까. 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2.html 

‘기후 위협’ 눈총받는 한국 ‘그린 뉴딜’ 설계를

[2019 아시아미래포럼] 인류세 시대: 한국사회의 녹색 전환둘째날 세션1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 OECD 1위유엔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 하위권인류세 논쟁이 된 기후 위기 원인과녹색 포용사회 위한 정치 과제 제안아시아미래포럼 분과 세션1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경제적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하는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녹색 전환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사진은 지난 9월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민단체들의 기후위기 집회 모습.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얘기할 때 한국에 따라붙는 부끄러운 수식어들이다. 영국의 시민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이 세계 국가 중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미흡한 나라로 지목한 4개 나라에도 한국은 그 이름을 올렸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발표한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차지했다. 이렇듯 국제적으로 눈총받는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문제이지만 국내에서는 늘 고용, 투자 등 성장 중심의 발전 패러다임의 과제에 밀린다. 지난달 21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와 같이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인, 기업들의 대응은 아직도 미온적이기만 하다.이번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성장과 발전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 끌어온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생태적 한계 안에서 경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녹색 전환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다소 생소한 녹색 전환의 개념과 이행 과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둘째 날 오전에 환경·정책영향평가연구원과 함께 여는 ‘인류세 시대, 한국 사회의 녹색 전환’ 세션은 최근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화두로 떠오르는 인류세 시대를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장은 국제적 화두인 인류세 담론의 의미와 배경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 미래상을 그려 보인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지층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담은 지질학적 용어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첸이 2000년에 언급한 이래로 기후위기와 함께 서구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인류세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기후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무엇인지 반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류에게 있다는 비판에서 나아가, 자연을 통제해왔던 지금까지의 문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인간의 개입을 줄여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네덜란드 오스트파르더르스플라선(Oostvaardersplassen) 국립공원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도 자연과 문명이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땅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 사이의 균형 방안을 담은 새로운 경제학 모델을 소개한다.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도넛경제학>에서 지구 생태계의 한계 안에서 사회적 최저선을 넘어서는 복리를 함께 누리는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홍 소장은 사회와 환경을 포용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도넛경제학>의 경제 모델이 가진 의미를 짚어보고, 한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를 제시한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독일대사는 유럽 정치권에서 약진하는 녹색당 사례를 통해 녹색포용사회를 위한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과제를 발표한다. 녹색당은 지난해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 정치권에서 많은 득표를 하며 주요 정당으로 약진하고 있다. 슈테판 아우어 대사는 생태주의 가치와 소수자·난민 포용 등 인권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녹색당의 활동을 소개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이를 뒷받침한 유럽의 정치제도가 한 역할을 통해 녹색포용사회와 정치제도의 연계성에 대해 논의한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녹색 전환의 개념과 전략을 설명하고, 세부 이행과제를 제시한다. 녹색 전환은 성장 중심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지구 환경을 교란한 현실을 인식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경제적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삶을 추구하자는 개념이다. 이 소장은 최근 불평등, 양극화 심화, 기후위기 대응 미흡 등 한국이 처한 현실의 해답은 녹색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며, 경제·사회·환경 분야별 이행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를 해나가자고 제안한다. 그는 아울러 미국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제안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예로 들어,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자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서 한국형 그린뉴딜 모델을 설계하고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사회 분야에서는 공유자원에서 발생한 이익을 기본소득과 같은 제도를 통해 전 사회가 공유하는 방안 등을 함께 제안할 예정이다.  토론자로는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문태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구도완 환경사회연구소장, 김해창 경성대 교수(환경공학)가 나서며, 최병두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는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33.html 

지속가능한 미래를 밝히는 소수자의 하모니

[2019 아시아미래포럼] 한빛 예술단오후의 화음유엔, “지속가능한 비전 찾는데 장애인 참여 중요”음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구실이아름 보컬, 15분간 눈 감아야 보이는 음악 선사한빛예술단 모던팝밴드 블루오션의 보컬 이아름씨. 한빛예술단 제공소리로 세상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로 앞을 볼 수 없지만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한빛예술단원들이 그들이다. 시각장애인 40여명으로 꾸려진 한빛예술단은 2003년 창단된 뒤 해마다 국내외에서 120여회의 공연을 해왔다.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개막식·폐막식 무대에도 오르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술단은 오케스트라를 넘어 앙상블, 중창단, 모던팝밴드 등 다양한 구성으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단원들은 악보를 볼 수 없어 연주를 위해 악보를 통째로 외운다고 한다. 엄청난 노력과 소통, 배려 없이는 만들어낼 수 없는 하모니다. 한빛예술단의 연주는 어쩌면 기적의 연속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장애와 발전에 관한 유엔 대표 보고서’(2018)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비전을 찾는 데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무는 한빛예술단의 구실이 중요한 이유다. 한빛예술단 모던팝밴드 블루오션의 보컬 이아름(29)씨가 23일 아시아미래포럼 오전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면서 약 15분간 눈을 감아야 보이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씨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케이 시즌4>에 참가하고,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객원가수로도 활동했다. 신은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unjae.shi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1.html 

‘세대비관론’ 번진 불평등 앓이 …정치로 균형 잡기

【2019 아시아미래포럼】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안에서피어나는 삶을 위한 상상력특별세션노동자 소득·고용의 양극화 심화환경 파괴로 일자리 증발 위기기득권층에 포섭된 정부 신뢰도 하락국가 간 협력도 안돼 정책 전환 더뎌의사결정 민주화·참여 예산 증액과지대추구 방지·노동 환경 구축 시급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위기 신호들에도 오직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각 나라 정부 지도자를 향해 직설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딘 이유는 뭘까.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속에서 ‘피어나는 삶’이 가능한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한겨레> 자료 이미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도시화와 불평등의 확대….  20세기 유산 속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시스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성장 경쟁과 ‘우상향하는 성장의 그래프’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의 확대와 기후변화의 심화, 변화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많은 나라가 청년실업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데도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은 왜 찾아보기 힘들까?포럼 첫날 오후의 특별 세션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안에서 피어나는 삶을 위한 상상력’에서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레토릭(수사) 넘어: 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경제, 사회, 환경적 전환의 진전은 느려졌는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최근 더욱 심화한 구조적 문제들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과 탈출구를 조심스레 모색한다.우선 현실. 21세기는 또 다른 ‘자본의 시대’다. 글로벌 국내총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은 2004년 53.7%에서 2017년 51.4%로 줄어들었다. 노동 안에서 편중도 심화했다. 국제노동기구 추정자료(2019)를 보면, 전세계 노동자(급여소득자) 상위 10%는 전체 임금의 48.9%를 받아갔지만 하위 50%의 몫은 6.4%에 그쳤다. 선진국 클럽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고용률은 1990년 65%에서 2017년 70%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노동시장 양극화에 따라 ‘중간층’은 크게 줄었다. 또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고용이 크게 늘었다.   지속가능 분야는 어떤가. 유엔은 ‘일자리를 위한 기후행동’(2019.9) 보고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일자리 수백만개를 창출하고, 열 스트레스(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 증가로 일자리 8천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대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자라서 경제적으로 부모세대보다 어떨까’라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나빠질 것’이란 답이 58%로 ‘나아질 것’(37%)이란 답을 압도했다. 캐나다에서는 그 차이가 69%-24%로 더 벌어졌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나빠질 것’이란 답변은 70%를 오르내렸지만, ‘나아질 것’이란 답은 20%대에 턱걸이했다. 프랑스에서는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 비율이 9%에 그쳤다.  위기는 고조되는데 정책 전환은 왜 지지부진한 것일까. 이상헌 국장은 두 가지를 지목한다. 먼저 불평등에 맞설 법적 개입이나 정치적 결정을 끌어낼 도시 저소득층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 그리고 문제 해결 주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그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기득권층에 포섭돼 지대 추구나 독점을 용인하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고 있다. 다자주의가 퇴조하면서 세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간 협력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최근 지적한,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인 ‘브라만 좌파’와 수입·재산이 많은 ‘상인 우파’ 사이 대결로 변질된 정치의 장에서 덜 가진 다수가 소외되는 ‘새로운 현실’도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그럼 어떻게 해답을 찾을까?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그 해결은 단순한 것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정치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 능력과 목소리를 끌어내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의사결정의 ‘민주화’ 및 ‘참여’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금융·부동산 시장 등에서 지대 추구를 막기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노동환경 구축도 시급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좌장으로 세션을 이끌어가며, 세계적인 도시사회학자인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와 노나카 도모요 로마클럽 집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전 지구적 불평등 해소 방안의 중요성,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한다. 서울 성수동에 소셜벤처를 위한 공동공간 헤이그라운드를 연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CIO)와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서울 성동구청장)도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끌어낸 사회혁신 사례, 도시 안 격차문제 해결 등에 관한 제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순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hyu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20.html  

기후위기로 비틀린 도시, ‘열린 시스템’이 더욱 절실한 이유

[2019 아시아미래포럼] 기후변화와 도시의 정치·사회적 영향기조강연: 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 명예교수기후변화가 부른 도시의 무질서적응과 개방적 자세 필요‘어떻게 협치를 끌어낼 것인가’도시가 직면한 사회·정치적 과제기후변화에 따라 날로 그 규모와 강도가 커지고 있는 풍수해는 도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해 갈 지 고민하게 한다. 사진은 지난 9월 허리케인 도리안이 엄습했을 때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프리포트에서 한 소녀가 강아지와 함께 구조되는 모습. AP/ 연합리처드 세넷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석학’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르네상스형 학자이다. “하도 사통팔달해서 어떤 모임에서든 다른 참석자를 모두 합쳐도 그의 박식함을 따라가기 힘들다.” <제3의 길>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가 세넷을 평가한 말이다. 사회학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음악, 예술, 역사, 문학, 정치, 경제 등에 두루 조예가 깊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 <장인>, <투게더>,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등이 다루는 주제만 봐도 그의 생각의 폭과 깊이를 알 수 있다. <겁 없이 울어댄 개구리>를 포함해 소설책도 세 권 냈다.  세넷은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23일 오전 기조 연사로 무대에 올라 ‘기후변화와 도시의 정치·사회적 영향’을 주제로 강연한다. 76살 노학자가 한국 청중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다. 그는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기후변화는 오늘날의 도시가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라며 “이런 환경적 도전이 도시 내부의 사회·정치적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회학자로서 세넷은 도시를 건설하는 방법과 그 속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연결하는 연구를 좋아했다. 바둑판 모양의 도로, 수직으로 올라간 빌딩 등 직선의 도시에서 ‘굽은 나무’로 태어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세넷은 ‘빌’(Ville)과 ‘시테’(Cit?)라는 개념 틀로 이를 분석하고 설명한다. ‘빌’은 물리적 장소로서의 도시이며, ‘시테’는 그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거주하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엉성하게 설계된 뉴욕의 어느 터널에서 빚어지는 차량 정체는 ‘빌’의 문제이지만, 수많은 뉴욕시민이 아침부터 일어나 터널을 지나 달려야 하는 무한경쟁은 ‘시테’의 문제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돼 출간될 예정인 그의 책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김영사)에서도 이런 틀로 도시를 들여다본다. 세넷이 보기에 ‘빌’과 ‘시테’는 비대칭이어서 고통스럽다. 예를 들어, 서울역 새 청사를 아무리 현대적으로 만들어도 노숙인은 저녁이면 여전히 골판지로 텐트를 친다. 그래서 세넷은 ‘열린 도시’(Open City)의 미덕을 강조한다. 이는 복잡성, 모호성 그리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칸트가 말한 “인간이란 ‘비틀린 재목’으로는 곧은 물건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는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도시는 “수십개의 언어를 쓰는 다양한 성분의 이민자로 가득하기에” 또 “그 속의 불평등이 너무나 확연하기에” 비틀려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세넷의 이런 접근법은 그가 1970년대에 쓴 <무질서의 효용>(다시.봄)에서부터 일관된 흐름이다. 이 책에서 그는 “질서정연하지만 단조로운 삶을 살 것인가, 무질서하지만 생기있는 삶을 살 것인가”라고 물으며 “다양성과 창조적인 무질서를 구성원 스스로가 통합해 가는 도시, 살면서 만나는 갖가지 시련과 도전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리처드 세넷. <한겨레> 자료사진  세넷에게는 기후변화도 도시의 비틀림 가운데 하나이다. 그 격동과 불확실성은 어느 도시에서든 파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2014년 10월9일치)에 한 기고에서 세넷은 2012년 10월 말 자메이카와 쿠바, 미국 동부 해안에 상륙해 해변은 물론 내륙에도 큰 타격을 준 대형 허리케인 샌디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샌디는 폭풍의 강도나 영향이 미친 범위에서 그 앞의 어떤 허리케인보다 무시무시했다. 언론은 기후변화가 몰고 온 재앙이라고 보도했다. 폭풍이 지난 뒤 바닷가 주민들은 살던 곳을 떠나기보다는 재건을 원했다. 지역사회도 이를 위해 벽을 세우고 둑을 쌓는 비용을 낼 의사가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통한 재건’(Rebuild by Design)이란 프로그램이 내린 과학적 결론은 이런 대응책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일부 지역은 급속도로 해체되고, 주민은 흩어지며, 어떤 곳은 버려진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세넷은 이를 ‘완화’(mitigation)와 ‘적응’(adaptation)의 차이라 규정한다. 둑을 쌓아 사람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재건이 도시를 계속 유지하려는 ‘완화’ 전략이라면, ‘적응’ 전략은 도시의 많은 것을 해체하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의 ‘적응’은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힘 때문에 도시 형태의 통일성이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후위기는 근대 이후 인간이 자연을 대한 방식인 ‘통제’(control)를 까다롭게 만든다. “예측 불가능함”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의 변덕은 우리에게 미래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열린 시스템”의 논리다. ‘적응’하기 위해 도시는 더는 정연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볼 때 ‘완화’와 ‘적응’의 차이는 한 도시가 토론과 투표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과, 자연의 힘에 순응해 정책을 정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그는 “자연은 비민주적이다. 투표와 포용은 기후변화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며 “집단의지는 적응 전략과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세넷은 기후변화가 불러온 도시의 무질서를 인정하고 적응해 가되 좀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삶이 가능하도록 ‘협치’(governance)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가 도시가 직면한 사회적·정치적 과제이다. 세넷은 “일부 지역은 물을 제한 급수하는 법을 제정하고, 홍수에 노출된 일부 지역을 포기하는 전략을 세우며, 더는 석탄을 태워서 발전할 수 없으므로 전기를 제한 송전할 수도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오래된 습관을 고치는 걸 미룰수록 문제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넷은 1943년 1월1일 미국 시카고에서 공산주의자 아버지와 노동운동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세넷은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태어나고 몇 달 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아버지가 그곳에서 만난 여전사와 사랑에 빠져 모자를 두고 떠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생활보장 대상자로 흑인 빈민, 전쟁 부상자들과 함께 공동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매카시즘이 극성을 부리던 당시, 좌파 아버지를 둔 그의 가족은 감시 대상이었다. 20대에는 미국 신좌파 운동에 참여했으나 이 운동이 반지성주의로 치닫는 데 실망해 한때 우파로 전향했다 돌아오기도 했다. 세넷은 13살에 첼로 연주회를 열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19살 무렵 첼리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손목뼈에 난치병이 생겨 더는 활을 당길 수 없게 돼서였다.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세넷에게 하버드대 한 사회학 교수가 입학을 제안하면서 사회학도로서 새로운 인생이 열린다. 1960년대에는 한나 아렌트에게 배우기도 했다. 첼리스트를 꿈꾸었던 사회학자 세넷은 활 대신 펜을 쥐고 <장인>(21세기 북스)이란 책을 써 내려간다. 인류 문명을 직조해왔으나 이제는 잊히고 있는 ‘생각하는 손’을 다룬 이 책은 헤겔상,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넷의 대표작이 됐다. 이후 세넷은 여러번 팔목 수술을 받은 덕에 다시 첼로를 켤 수 있게 됐고, 가끔 동호인들과 연주를 즐긴다고 한다.  △리처드 세넷 1943년 미국 시카고에서 출생 하버드대 미국문명사 박사 뉴욕대 인문학 교수 현 런던정경대(LSE) 사회학 명예교수 현 유엔 도시와 기후변화 프로젝트 선임자문관 주요 저서: <무질서의 효용>, <살과 돌>,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뉴 캐피털리즘>, <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 도시를 위한 윤리>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17.html 

환경 위협에 더 취약한 빈곤층, 이대로 둘 건가

[2019 아시아미래포럼] 환경 위기와 건강 불평등기조강연: 마르코 마르투치 세계보건기구 아·태 환경보건센터장유럽 기후변화 요인 사망자 보니소득 상하위 위험률 격차 ‘5배’환경·건강 불평등 구조 파악 시급국가 아우른 세계적 조치 필요석탄화력발전소 등이 유발한 미세먼지가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진 날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화석연료는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환경 시민단체 활동가의 구호가 아니다. 지난해 8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회의(COP24)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과 기후변화’ 특별보고서를 발표하며 서두에 올린 말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일찍이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관련된 연구와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다. 1991년 독일에 설립된 유럽 환경보건센터를 시작으로 대륙별로 연구센터를 설립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나가고 있다. 올해 서울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가 설립됐다. 아태 환경보건센터장을 맡은 마르코 마르투치 박사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이십년 넘게 환경문제와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온 질병 역학 전문가다. 23일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연사로 나서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유럽 환경보건센터에서 유럽 전역의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건강과의 연계성을 분석하는 작업을 주도해왔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매립지, 해양오염 등 환경 분야별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분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우리가 매일 아침 확인하는 미세먼지 예보 기준도 이 프로젝트에서 처음 제시됐다. 마르투치 박사는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는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얼마나, 어떤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며 “국가·지역별로 기후위기와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평가·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마르투치 센터장의 최근 연구 주제는 기후변화와 건강 불평등의 문제로 넓혀지고 있다. 그는 저소득 계층이 기후변화 등 환경 위협에 더 취약하다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공동연구에 참여해 올해 6월 나온 ‘유럽의 환경 건강 불평등’ 보고서의 결과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유럽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요인으로 숨진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소득 하위 계층이 상위 계층보다 사망 위험이 5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르투치 센터장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층이 오히려 더 많은 건강 위협에 놓인 ‘환경 불평등’의 대표적 사례”라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집단을 찾아내는 등 환경 불평등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불평등은 국가 안에서뿐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쉽게 목격된다.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생존의 위험에 처한 남태평양 제도 국가들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9월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에게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정지원 등 국제적 협력을 요청했다. 마르투치 센터장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과 건강 불평등은 지역과 정부, 국가 등 전 지구적 단계에서 조치를 취해야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국내외 협력을 바탕으로 한 실천을 강조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선임연구원 ekpark@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13.html

‘축출의 현장’ 글로벌 대도시에서 연대와 재생 동력 찾아야

[2019 아시아미래포럼] 왜 지구적 불평등 해소에서 출말해야 하나기조강연: 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 석좌교수20%엔 달콤하나 80%엔 쓰디쓴대도시의 불평등 임계치 넘어서새계경제 연결망 갖춘 다양성은‘다른 얼굴의 도시’ 만들 자양분사스키아 사센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2014년에 나온 최근작 <축출 자본주의>에서 21세기 세계화와 도시, 불평등을 연결하는 분석틀을 발전시켰다. 사진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도시를 열쇳말 삼아 세계화와 불평등 문제에 오래도록 매달려온 진보 성향의 대표적인 도시사회학자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오후 기조강연 세션에서 ‘왜 지구적 불평등 해소에서 출발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단에 선다. 그는 자본주의적 세계화가 도시와 이민, 국가 등의 주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의 남다른 생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47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사센은 가족을 따라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등지를 옮겨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폭넓은 시야, 도시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 이민과 불평등에 대한 원초적 탐구열 등은 다양한 지역을 두루 경험한 독특한 성장 환경에서 싹텄다. 게다가 사센은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를 비롯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할뿐더러 러시아어와 일본어까지 습득했다. 여러모로 글로벌 도시 연구의 대가다운 풍모다. 1994년 초판이 나온 <세계경제와 도시>(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는 대표작으로 꼽힌다.글로벌 도시의 현실을 불평등과 연결지으려는 사센의 학문적 노력은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국경을 넘나드는 서구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화의 장밋빛 환상이 널리 퍼지던 시절이다. 하지만 그가 어려서부터 체험하고 지켜본 글로벌 대도시의 현실은 ‘국경 없는 세계’라거나 ‘세계는 평평하다’ 따위의 장밋빛 담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지구적 차원에서 확대되는 불평등은 여러 나라의 주요 대도시 안에서도 계층 간 격차의 골을 더욱 깊게 패게 했다. 거대 기업과 금융부문 주도로 이뤄지는 세계화, 그리고 그와 연관된 도시개발이 아닌 대안적 도시 발전 모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졌다.이러한 사센의 문제의식은 특히 2014년에 나온 최근작 <축출 자본주의>(국내 번역서는 2016년 출간)에서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드러나 있다. ‘축출’(expulsion)은 그가 21세기 세계화와 도시, 그리고 불평등을 연결하는 핵심 개념이다. 그는 ‘복잡한 세계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이란 부제를 단 이 책에서 지구적 차원의 근대성은 결국 모든 종류의 체계적 축출에 의해 특징지어진다는 독특한 명제를 한층 발전시켰다. 거대 글로벌 기업 주도로 세계 곳곳의 광물자원과 수자원 등이 무한정 파헤쳐지지만, 그 혜택은 안락한 삶을 누리는 글로벌 대도시의 소수 계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대도시 내부의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은 물론, 멀리 떨어진 지구촌 곳곳의 전통적 삶의 방식이 파괴되어 간다. 축출은 자연과 환경을 넘어 대다수 도시민의 삶을 공격하는 세계화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미래세대와 이주노동자 역시 축출의 광풍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사스키아 사센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사센 교수는 이번 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이런 세상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지금 같은 삶에 대해 ‘아니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한편 대부분의 선진국 대도시 안에서도 불평등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지구촌을 넘나드는 금융자본에 휘둘리는 부동산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눈여겨볼 것을 주문한다. 여러 나라의 대도시에서 삶의 거처인 집이 단지 투자와 자산 증식의 대상으로 탈바꿈하면서 고작 상위 20% 계층만이 달콤한 열매를 누리고 있다. 나머지 80%를 배제하는 이런 얼굴의 세계화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센의 관심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재구성하기’로 확대된다. 도시란 분명 축출의 현장이지만, 동시에 연대와 재생의 터전이다. 세계화에서 건져내야 할 소중한 가치이기도 하다. 세계경제의 연결망에 깊숙이 포섭된 글로벌 대도시에서부터 외려 변화의 싹은 커나갈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몰아치는 경제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광풍에 맞서 ‘다른 얼굴의’ 도시를 만들어낼 동력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글로벌 대도시만의 다양성은 도시재생의 또다른 자양분이다. 이번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사스키아 사센 1947년 네덜란드에서 출생.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에서 성장 노터데임대 사회학 석·박사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 현 컬럼비아대 도시계획학 석좌교수 주요 저서: <노동과 자본의 모빌리티>, <글로벌 시티: 뉴욕·런던·도쿄>, <세계경제와 도시>, <축출 자본주의> 등 다수최우성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morgen@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12.html 

패권각축 동아시아, 지속가능한 평화 찾자

[2019 아시아미래포럼]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기획세션신도 에이이치“세계 질서의 축, 아시아로 이동”사회·경제적 관계 ‘일대일로’ 중심빈곤 해소 등 ‘신뢰의 질서’ 강조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참여 요구왕후이“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새 기점”복합적 요소 작용 갈등 해법으로‘전면적 평화’ 추진 동력 한국 주목중국의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4월27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원탁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37개국과 국제기구 지도자 40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동아시아가 심상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계속되고,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과 홍콩 사이의 범죄인 인도 조례인 ‘송환법’에서 시작된 홍콩 시위는 복면금지법 철회,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는 등 동아시아 곳곳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동아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70년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의 패권 경쟁의 장이었다. 과거사를 지우고 다시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는 일본, 일본과 역사 갈등을 겪고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폭발적인 경제성장으로 아시아의 일인자로 우뚝 선 중국, 그리고 두 나라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가며 동아시아를 영향력 아래 두려는 미국, 북한 핵폐기 등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국. 이렇듯 오랜 시간 갈등과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동아시아 나라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새로운 평화의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23일 오후 신도 에이이치 일본 쓰쿠바대 명예교수와 왕후이 중국 칭화대 교수(인문학부)가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라는 주제로 대담을 한다.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신도 교수는 미국 외교, 아시아지역 통합, 국제정치경제학 전문가로 현재 국제아시아공동체학회 대표, ‘일대일로’ 일본연구센터 센터장도 맡고 있다. 신도 교수는 1979년 ‘미국이 일본 본토 점령을 끝낸 뒤에도 오키나와에 대한 군사점령을 계속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히로히토 일왕의 메시지를 발굴한 논문 ‘분할된 영토’를 잡지 <세카이>에 실어 파문을 일으켰다. 논문이 ‘천황’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어, 성역 없이 연구하는 신도 교수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신도 교수는 최근 ‘팍스 아메리카나’, 즉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끝났고, 세계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처음 제기한 구상으로 고대 실크로드처럼 내륙과 해양에 다양한 길을 만들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신도 교수는 ‘일대일로’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사적 동맹이 아닌 사회·경제적 관계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빈곤을 해소하고 테러 가능성을 낮추며,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한국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도 교수와 대담할 왕후이 교수는 중국 ‘신좌파 그룹’의 대표적 이론가로, 시진핑 정부 국정철학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 진보 지식인으로 평가받는다. 신좌파는 낡은 형태의 사회주의에 반대하지만, 중국 정부가 충분히 사회주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왕 교수는 서구 세계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중국 및 동아시아의 경험과 독자성에 주목하고 있다.  왕 교수는 동아시아의 갈등이 냉전, 탈냉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홍콩, 대만 문제에 대해 왕 교수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중국 대륙 쪽에서 더 공평하고, 더 융합적이며 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사람들에게 창조적 활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발전 경로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무거운 역사의 부담을 뚫고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의 변화도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왕 교수는 “지난해 한반도는 평화로 전환하는 하나의 계기를 얻었다. 이는 동아시아의 전면적 평화를 추진하는 새로운 기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세계든, 지역이든 모두 순식간에 여러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갖가지 힘을 동원해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일본, 한국, 북한, 러시아 등이 새로운 지역 협력을 시작해, 현재 미국 패권이 주도하는 질서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포럼은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교수(지역학협동과정)가 좌장을 맡고, 문태훈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문 위원장은 평화 유지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연결고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펼칠 예정이다. △신도 에이이치 1939년 일본 홋카이도 출생 교토대 법학부 졸업 쓰쿠바대 교수, 와세다대 아시아연구기구 객원교수 현 쓰쿠바대 명예교수, 국제아시아공동체학회 대표, ‘일대일로’ 일본연구센터 센터장 미국 외교, 국제정치경제학, 아시아지역 통합 등 전문가 주요 저서: <현대미국 외교론―우드로 윌슨 국제질서> <분할된 영토, 또 하나의 전후사> <동아시아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까> <일대일로에서 유라시아 신세기의 길> △왕후이 1959년 중국 장쑤성 양저우 출생 베이징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루쉰 연구로 박사학위 중국사화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 하버드대 방문교수 현 칭화대 교수 겸 인문사회고등연구소장 주요 저서: <근대 중국 사상의 흥기> <탈정치화의 정치: 짧은 20세기의 종결과 90년대> <절망에 반항하라> <상상하는 아시아의 정치> 김소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dandy@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10.html 

대위기의 시대, 공존해야 생존한다

[2019 아시아미래포럼]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기획 취지재난영화 방불케 하는 기후변화극단적으로 치닫는 불평등 사회이대로라면 ‘파국의 시대’ 불가피각국 정부·기업·시민사회 협력해난제 극복 ‘합의의 시대’ 써나가야디지털 기술이 바꿀 ‘삶의 질’부터녹색전환·포용금융·공동체 경제 등석학들과 ‘지속가능한 미래’ 설계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산업혁명 이후 근대 세계를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의 3부작으로 정리한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노년에 현대사를 기술한 책을 추가하면서 <극단의 시대>라 이름 붙였다.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책을 마무리한 그는 “20세기는 아무도 해결책을 갖지 못한 문제를 남기는 것으로 끝났다”며 “과거나 현재를 연장함으로써 (…) 세번째 천년기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실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시 100년이 지나 2100년 언저리에서 홉스봄 같은 사학자가 새 밀레니얼의 첫 100년을 정리한다면 그 책 제목은 무엇일까? 첫째는 ‘파국의 시대’라 지을 가능성이다. 21세기는 불평등 같은 경제·사회 위기와 기후변화라는 생태·환경 위기를 안고 출발했으나, 인류는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으로 치달았다. 생산과 소비를 무한히 반복해야 돌아가는 ‘외발자전거 경제’는 그 앞 세기와 달라진 게 없었고,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만 갔다. 대기는 빠르게 더워졌다. 시베리아 동토가 녹으며 메탄가스가 치솟기 시작했고 기후변화는 손쓸 수 없이 가속됐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층, 알프스 등의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이 빠르게 올라가 뉴욕, 상하이, 도쿄 같은 바닷가 인구밀집 도시는 살기 어려운 곳이 됐다. 홍수와 가뭄, 식량부족, 대기오염, 창궐하는 전염병, ‘1 대 99’를 넘어 악화하는 불평등 등으로 사회계급, 계층 간 아귀다툼은 심해졌다. 기후변화로 뉴욕 한복판이 얼어붙는 영화 <투모로우>, 경제·사회·환경적 위기가 극단화한 상황을 묘사한 <설국열차>의 내용이 현실이 됐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사람들은 수만년 인류 역사를 400여년 만에 파국에 이르게 한 자신의 몽매함을 한탄한다.두번째는 ‘합의의 시대’라는 제목이 붙는 것이다. 이 책에서 21세기는 세계가 협력해서 난제를 극복한 시대로 규정될 것이다. 많은 것이 극단으로 치닫던 앞 세기와 달리 생명을 주는 지구의 한계 안에서 생산과 분배 방식을 재설계하면서 모두의 ‘피어나는 삶’이 가능해졌다. 2015년 유엔에서 환경과 경제, 사회 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며 193개국이 합의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출발점이었다. 이후 여러 나라는 실정에 맞는 실천 로드맵을 만들어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실천해갔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권위 있는 기상학자들의 모임인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경고와 제안이 가이드라인이 됐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파리협약을 탈퇴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피부에 와닿는 기후의 변화는 부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2019년 가을 유엔 무대에 서서 “대규모 멸종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고 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절규는 큰 울림을 줬다. 이후 청소년 결석시위와 시민사회의 비상행동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어졌고, 기후변화 대응은 여러 나라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현대사회의 주요한 주체인 기업은 맹목적 이윤추구에서 벗어나 사회와 환경,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함께 고려하는 경영을 하겠다고 2019년 여름 선언했다. 환경과 사회 위기의 요인으로 지목되던 극단의 시장주의는 점점 발붙이기 어려워졌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거대기업이 앞장서 석탄·가스와 같은 온실가스 전기를 버리고 태양광·풍력을 100% 쓰는 에너지전환을 이뤄갔다. 무엇보다 각국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이르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결과, 지구 기온은 과학자들이 경고한 수준인 산업화 이후 상승폭 1.5도 직전에서 겨우 멈췄다. 모든 사람의 인간적 권리를 보장하는 경제와 사회 체제의 밑돌이 놓이며 불평등도 차츰 완화되어갔다.  인류를 점점 압박하는 위기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다. ‘일의 미래’ ‘불평등 극복’ 등 한국 사회의 의제를 한발 앞서 제시해온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이 10회째를 맞는 올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한다. ‘대전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합의’를 주제로 세계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위기와 생태·환경 위기 앞에서 여러 사회 주체와 나라들이 어떤 합의를 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특별 영상강연을 통해 디지털 및 자동화 기술 발달이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고,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노동 및 도시 연구의 석학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가 도시의 삶에 어떤 정치·사회적 영향을 끼치는지 집중 조명한다. 도시사회학의 거장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세계화된 도시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의 문제를 다룬다. 첫날과 둘째 날의 다양한 세션을 통해 한국 사회의 녹색전환, 포용 금융, 도시의 공동체 경제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조망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주변 정세가 구한말을 연상케 하는 격변의 시기라는 점에서 중국의 왕후이 칭화대 교수, 일본의 신도 에이이치 쓰쿠바대 명예교수가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평화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한겨레에서 보기:http://www.hani.co.kr/arti/economy/heri_review/9135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