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시아미래포럼 기조강연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윌킨슨 영 노팅엄대 명예교수

“한국 최상위 1% 소득 큰 폭 증가
소득·상속세율 올릴 정치세력 필요”
“자산·교육 불평등, 사회관계 붕괴
불로소득 막을 경제민주주의 도입”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식에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 개막식에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가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8 아시아미래포럼 첫날인 30일 ‘불평등의 현재와 해법’을 주제로 열린 기조강연 첫 연사로 나선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는 먼저 “왜 민주주의는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으며,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는데도 정치적 대응은 미온적인가? 왜 불평등 심화가 저소득 집단의 강력한 재분배 요구로 접속·점화되지 못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불평등, 그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피케티는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은 매우 다차원적이고 다층적이며 또한 복잡하다”며 “불평등 극복을 위해서는 소득세 누진세율을 올리고, 교육에서 더 많은 공공재를 제공하는 평등주의 지향의 강력한 정당 강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을 들고 처음 한국에 왔던 4년 전 불평등 해법을 글로벌 누진세 강화에 맞췄다면, 이번엔 ‘정치적 대응’을 그 해법으로 명쾌하게 제시한 셈이다. 1시간여 강연 내내 그는 “20세기 중반기에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줄어든 데는 소득·상속세 변화 등 정치구조적 변화가 그 한복판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고소득층에 대한 미국 연방소득세율은 1980년대에 82%까지 누진적으로 인상됐다.

 
그는 이런 정치적 대응에도 미국 자본주의는 붕괴하기는커녕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매우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경험은 생산성 하락 없이도 불평등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누진적 소득세 인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불평등을 완화하려면 적극적인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소득·상속세율이 불평등과 맞서 싸울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불평등과 대결하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정당 투표 구조도 불평등 구조와 그 종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었다.

 
피케티는 ‘교육 불평등’에도 주목했다. 그는 “부모 소득 수준이 자녀의 대학 진학률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교육 공공재에 접근할 교육 기회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한국의 교육불평등 데이터를 모아 한국적 불평등의 특징을 살펴보고 불평등 대응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는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국내적으로는 중산층과 하위계층 사이에서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동시에 최상위 1% 소득이 전체 소득의 27%(미국)에 이르는 반면 인구의 절대다수(하위 90%)는 1인당 실질소득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며, ‘약화’와 ‘악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글로벌 불평등의 두 얼굴을 제시했다. 강연을 마치면서 그는 최상위 1%의 소득 증가폭이 놀라울 정도로 가팔라지는 이른바 ‘코끼리 곡선’을 언급하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의 불평등 추세를 손 놓고 내버려둘 것인가”라며 정치적·사회적 대응을 요청했다.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과학 명예교수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정책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과학 명예교수가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정책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더 균등한 사회가 생산성도 성장한다는 역동적 경로를 피케티가 주창했다면, 두번째 기조연사로 나선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사회역학)는 소득·자산·교육 등에서의 다층적 불평등이 각종 ‘사회적 관계’를 붕괴시키고 사회적 활력과 개인적 재능을 억누르는 과정을 다양한 국제 비교로 드러냈다. 특히 가로축에 소득불평등 지수를 놓고 세로축에 질병 유병률, 사회적 이동성, 학교 내 집단괴롭힘, 교도소 수감률, 기대수명, 비만 등 사회적 지표들을 배치한 여러 그래프를 통해, 소득불평등과 사회적 병리현상 간의 일관된 상관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윌킨슨 교수는 “불평등에 대한 기존 통념과 이해는 잘못돼 있다”고 말을 꺼낸 뒤, 소득·자산·교육 불평등은 단순한 물질적 격차를 넘어 우울감·열등감, 지배·복종, 열위와 우위 등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사회적 상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불평등이 심화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호 신뢰가 하락하고 사회적 응집력과 소속감을 떨어뜨리며, 이로 인한 좌절과 박탈감, 증오와 수치심 등 민감한 ‘느낌’이 사회 전체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소득과 좋은 일자리를 가진 계층의 삶의 질도 ‘더 평등한 사회’일수록 높아진다”며, 소득을 나누고 공유하는 사회를 위한 기업 내 임금 격차 축소, 자산 불로소득 격차 축소 등 ‘경제 민주주의’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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