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해소 ‘새로운 상상’

‘불평등 해소 없이는 지속가능 발전도, 혁신성장도 없다.’

30일 열린 ‘2018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특별세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 지속가능 의제’에서는 2015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제정한 ‘세계의 변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어젠다’의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논의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불평등 해소 없이는 지속가능 발전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는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특허가 적고, 수요가 줄어 혁신과 신기술 투자가 줄어든다는 경향을 제시하며 소득 불평등이 이른바 ‘혁신’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대립하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불평등이 혁신과 생산성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보다 적극적인 재정·산업 정책과 구조개혁을 통해 평등한 성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대표부 대사 역시 “우리는 불평등이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복지는 생산력 향상과 경쟁력 있는 경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속가능 발전 목표 달성은 공유된 책임이며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기업·노동자 등) 이해당사자와 협력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 대안도 제시됐다. 한국의 고용형태 다양화, 연령·성별 격차, 가구 형태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발표한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부유세의 점진적 도입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따른 노동시장 개혁 △부담 가능한 가격의 주택 공급과 주택 보조금 지급 등을 불평등 해소 정책으로 제안했다. 신 교수는 “기업은 자산의 집중과 빈곤 증가가 가져올 파괴적 효과를 인식하고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해야 한다”며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환경도 보호하고 경제 성장도 이루는, 지금 세대는 물론 우리 후손까지 누릴 수 있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목표(K-SDG) 수립을 범정부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경제발전, 사회발전, 환경보호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형태를 취할 때 지속가능 발전이 달성된다”고 말했다. 과거의 성장 위주 발전에서 탈피해 우리 생태환경의 한계 및 우리의 잠재력 안에서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경로를 문재인 정부는 선호한다는 얘기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